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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명작의 느낌이 확연히 보일때 8점이상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은 대체적으로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2%가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 기대치가 높아서...라고 하기에는 그 증거가 명백했다. 


일단 칭찬부터 하고 가자면, 역시 주연으로 캐스팅된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는 신의 한수였다. 2010년 <셜록 (Sherlock, 2010)> 이후로는 대부분 주연만 맡아오며 뒤늦게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왕성한 활동을 보이면서 쓰이고 있는 그이지만, 뒤늦게 성공한만큼 지금까지의 연기 내공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다시한번, 이 영화를 통해 증명해 내었다. 


이제 삼심대의 문턱을 넘어선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는 20대 초중반 때에는 다소 아이돌적인 느낌으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틈새에 그 연기가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점점 사라지는만큼 (너무 마르고 앙상하다는 인상..) 오히려 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의 아우라는 더해진 듯 하다. 베네틱트 컴버배체와의 연기 궁합도 좋았고, 영화에서 튀지 않고 잘 융합된 여배우로 내 기억에 다시한번 새겨졌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 내용의 전개는 무리없이 담백했고,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은 좋은 상성을 이루어냈다. 의도된 영화음악의 구도도 초반에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중반이후부터는 극의 몰입에 좋은 도움을 주었고, 음악적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장면들이 몇몇 있었다. 


<국내 개봉 포스터>


<포스터 from IMDB>

분명 괜찮은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명작으로 가지 못할 명백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형사의 존재 의문


굳이 이야기속의 이야기를 빌어 영화를 치장할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만약, 앨런 튜링의 자전적 얘기를 듣는 청중으로서의 형사를 담당한 인물이 좀 더 관록있고 하나의 장면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가능한 배우를 썼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그의 이야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준비했으면서도 그 장치의 평범함이 장치의 존재에 대한 불신까지 이어진 격이었다. 


2. 암호 해독 팀의 역할


주인공이 확실하면서 팀을 이룬 영화들의 가장 취약한 점이 바로, 팀웍을 보여주면서 개인들 각각의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들이 팀으로 어떻게 해결되는가를 다루는 부분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Mission: Impossible)>시리즈처럼 한 명의 영웅에 기대 그 영웅이 혼자 해결하는 모든 일에 대한 감독과 관객간의 암묵적인 협약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영화는 주인공만 남고 팀은 사라진다. 특히나 실화를 다루는 영화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리 천재라도 명백한 한계가 있는 현실에서 앨런 튜링에 대한 과도한 조명은 오히려 그의 업적의 빛을 바래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의 팀들이 한 것이라고는, 실패에 좌절하고, 성공에 기뻐하고, 맥주나 마시며 웃고 있는 것 외에 크게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3. 불분명한 캐릭터


데니스턴 대령은 나라에 대한 충정과 전쟁의 승리를 위한 집착 등 전형적인 전쟁 영웅을 묘사하는 동시에, 사사로운 감정은 접어두지만 주인공을 방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입체적인 역할을 맡길 수 있었다. 왕좌의 게임으로도 유명한 찰스 댄스 (Charles Dance)의 얼굴이 그래서 반가웠고, 영화 중 그의 등장에 내심 쾌재를 불렀으나, 그의 존재감은 중반 이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데니스턴 대령과 앨런 튜링 간 갈등의 증폭이나 해결도 없었으며, 서사의 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역할에도 빠져버렸다. 


팀의 역할에도 언급했지만, 영국에서 암호 해독을 위한 최고의 두뇌를 모인 집단이라고 하기에, 앨런 튜링이 구성한 팀원들의 능력과 그들의 캐릭터도 영화상 설명이 거의 배제되어서 몰입에 한계가 있었다. 




분명히 추천할만한 영화이고, 헐리우드적 색채가 많이 배제되었으면서도 대중성을 잘 조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임에 틀림 없지만, IMDB 평점 8.2에는 쉽사리 동의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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