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2016년 블로그글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실화임을 모르고 이 영화를 본다면 한 사람의 일대기가 묘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펼쳐지는 데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자체로 봤을때는 잘 다듬어진 시나리오를 훌륭한 구성이 받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존한 영웅을 민족주의나 과장된 애국주의로 바라보지 않고, 그와 주변의 고통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는 데에서 9점을 주고 싶네요.


영화로서 봐도 부담이 없었고, 다큐멘터리로서 봐도 흥미가 있었습니다. 실존인물을, 그것도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인물을 구현하는데 있어서 아직 생존해 있을 주변인들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감독이라 할만했습니다. 실제 인물인 크리스 카일 (Chris Kyle)의 생존했을 때 저술했던 그의 자서전과 전쟁 기록을 통한 철저한 영화적 고증과 함께, 인물의 내면 갈등을 좀 더 구체적이고 가슴에 와닿게 하기 위해 사소한 디테일을 변경한 부분들 - 영화 시작 부분에서 아이를 사살해 버리는 장면은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 - 도 좋았습니다. 

 

<미국 개봉 포스터 from IMDB>


<한국 개봉 포스터 from DAUM> 


이 영화를 위해 18kg 살을 찌웠다고 하는 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의 노력과 극 중에서의 연기는 크리스 카일을 꼭 닮아 있었고, 더도 덜도 아니게 전쟁의 참혹함과 영웅의 고뇌를 표현하는데에 제격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즘 간간히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이 빈번해지는 시에나 밀러 (Sienna Miller)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큰 비중이 없는 조연임에도 혼신의 연기로 나오는 장면에서의 존재감이 기억에 남네요. 


전쟁영화를 통해 흔히 등장하는 전쟁에 대한 국가간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든가, 종교와 민족에 따른 분쟁, 어떤 철학을 대입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 잔인함과 참혹성 등이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통해 깊이 다루지 않았음에도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을 통해 오히려 더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느낌이 듭니다. 


영화 전체를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등장인물 간의 비중이 아닌가 합니다. 크리스 카일의 동생인 웨인 카일(Wayne Kyle)은 단지 형이 군을 지원하고 나라에 충성하게 되는 배경과 타고난 성격을 설명해주는 도구로만 쓰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동생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영웅으로만 표현된 크리스 카일의 또다른 모습과 시각을 설명해주고, 이를 영화의 극정 장치로 쓰고자 하는 노력이 다소 미흡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