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싱을 수행하면서 고려해야할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디테일한 설정으로 들어가 이야기하자면 한도끝도 없겠으나, 다음의 사항들은 오랜기간 숙련된 전문가라도 항상 숙지해야할 부분입니다. 믹싱 과정 내내 주의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들을 정리했습니다.

 

 

 

 

 

│때때로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피로해집니다. 귀의 피로도가 증가하면 우리가 듣고 있는 사운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기준 자체가 흔들려버리니까요. 규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1시간을 작업하면 15분 정도를 쉰다던가 하는 패턴을 유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믹싱 작업의 특성상 일하다보면 2~3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흔한데, 오랜 시간을 투자한 믹싱의 결과물을 신뢰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가 많습니다. 시계로 알람을 설정해두어 때때로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내일 들어본다

 

위의 '충분한 휴식'과도 관련있는 이야기입니다.

평균적으로 전문 엔지니어가 믹싱에 소요하는 시간을 8시간 정도라고 가정했을때, 그 8시간을 하루안에 다 쓰는 것은 좋은 프로세스가 아닙니다. 4시간 정도를 들여 전체적인 믹싱을 80%완료하고, 다음날 나머지 10%, 그 다음날 나머지 10%를 작업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밤의 감성으로 작곡한 곡을 아침에 들었을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이 있는 것 처럼, 사운드는 우리의 귀를 속이기 쉽기 때문에 단시간내에 결과물을 얻으려고 하면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높습니다. 

 

좋은 믹스를 만들어낸 상태에서도 장시간의 작업으로 귀의 피로도가 심해지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더 밝게, 더 크게 믹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다음날 엔지니어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어제의 결과물을 듣고,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가 크고, 과도하게 밝은 사운드에 놀랄 지도 모릅니다. 

 

 

 

 

 

 

항상 전/후 볼륨 레벨을 맞춘다. 

 

우리 귀의 착각 중 하나가 바로 '볼륨이 커지면 좋게 들린다' 입니다. 

현대의 마스터링이 음압경쟁을 하게 된 이유와도 관계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리가 크면 좋은 음악이라고 착각하기에 수많은 음악이 서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음압을 높일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제 경우, 이렇게 과도하게 음압을 높인 음악은 단지 몇 분만 들어도 귀가 아픈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넘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일반인들은 해당 음악의 원래 믹스가 얼마나 다이나믹이 훌륭했고, 얼마나 음악적이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믹싱에 있어서 특히 컴프레서와 같은 다이나믹 플러그인을 적용했다면, 플러그인을 켰을 때의 볼륨과 껐을 때의 볼륨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지 볼륨이 커져서 좋아진 것이 아니라, 트랙의 음악적 성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어떤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고객이 가져온 최종 믹스와 자신의 마스터링 결과물을 비교해서 들려주면서 Before/After의 볼륨을 맞추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즉, 마스터링된 결과물의 볼륨이 믹스보다 큰데, 이를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고객에게 들려주는 거죠. 그러면 백이면 백, 마스터링이 좋다고 느낍니다. 볼륨이 커졌으니까요. 고객을 기만하는 매우 질이 안좋은 행위입니다. 

 

 

 

 

 

 

주변에게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는다. 

 

어느정도 믹싱이 완료되었다면, 그 결과물을 주변인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종사하는 직업이 다르고, 좋아하는 예술의 형태가 다르므로, 비슷하지만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가 파다합니다. 어차피 음악감상은 주관적인 경험이고, 좋고 나쁨 또한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라 어떤 의견은 매우 중요하고 어떤 의견은 쓸모없을 때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수행한 믹싱의 결과물을 '다른 시각으로' 봐준다는 거죠. 우리가 믹싱할 때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모니터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면 내가 인지하지 못한 실수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특히 혼자서 믹싱을 모두 수행해야하는 방구석 뮤지션이라면 무조건 주변에게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도록 하세요. 음악인이거나 음악인이 아니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주변인들은 생각보다 꽤 전문적인 의견을 얘기해줄 때가 많습니다. 

 

 

 

 

 

 

 

항상 레퍼런스와 비교한다.

 

귀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레퍼런스는 한두곡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르에 따라, 곡의 구성에 따라, 곡의 전개에 따라 5~10곡 정도를 하나의 믹스와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적으로 훌륭한 믹스'는 존재하지 않기에, 레퍼런스를 고를 때에는 그냥 자신이 좋은 느낌을 받았던 곡을 선택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해당 앨범의 크레딧 정보를 검색하여 이왕이면 이름이 알려진 뮤지션이나 레이블, 엔지니어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메인 스트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들의 엄청난 경험을 존중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