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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독립 및 저예산, 상업 영화 음악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영화음악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해 보았습니다. 제가 처음에 이 분야에 뛰어들때에 아무런 가이드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음악감독 계약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작업에 참여했었고, 부족한 예산은 결국 음악적 퀄리티를 좌우하게 되어 답답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새로 영화음악 (또는 게임음악, 각종 영상음악)에 참여하시는 신인 음악감독님이나 작곡가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영화음악 계약은 패키지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영화에 필요한 음악을 제작하고 마무리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인적, 물질적 자원 및 창작 비용과 소요기간을 감안하여 음악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전체 계약금액을 제작사와 협의하게 됩니다. 계약금은 계약에 따라 보통의 용역계약처럼 2회나 3회에 걸쳐 나누어 받게 되는데, 2회의 경우에는 전체 계약 액수의 1/2을 받고 작업을 시작하므로 처음부터 좀 더 여유있게 음악에 필요한 재원들을 조달할 수 있으며, 3회의 경우에는 처음의 1/3로는 재원 조달에 다소의 문제는 있으나, 중반 이후에는 전체 계약 액수의 2/3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음악 작업 중반 이후에 필요한 각종 녹음, 믹싱 등에 있어서 유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1. 곡수를 통한 비용 계산


영화 한 편당 음악은 평균 30~40 곡 사이에 있습니다. 극도로 음악 사용을 자제한 장르 영화나 음악에 큰 투자를 할 수 없는 독립영화의 경우 10곡 이내로 떨어지기도 하고, 2시간이 넘는 장편 상업 영화의 경우 50곡이 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곡 수를 가지고 전체 음악에 필요한 비용을 단순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상업음반 품질의 음원 제작 비용 추산'이라는 글을 발행했습니다. (http://fallscroquis.tistory.com/entry/상업음반-품질의-음원-제작-비용-추산)

제 추산에 따르면, 상업 음반 품질의 음원을 제작하기 위해서 드는 홍보전까지의 프로듀싱 비용은 최소 315만원이었습니다. 



영화음악은 보통 가사가 없는 연주음악이므로, 위의 최소 가격에서 작사 비용 (50만원으로 가정)을 제외하면 곡당 최소 비용은 265만원이 됩니다. 100분 분량의 상업영화에 30곡이 사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위의 음악 비용을 단순 계산해보면, 



이 나옵니다. 약 8,000만원 정도가 필요한 것이죠. 그리고 이는 최소금액입니다. 물론 몇가지 더하고 빠지는 사항들이 발생합니다. 



작곡과 편곡 비용은 고정시키더라도, 영화의 장르에 따라 영화에 사용되는 모든 곡을 다 녹음할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또한, 10개의 곡을 세 타임 정도의 녹음시간에 녹음할 수 있고, 미디의 가상악기와 적절히 조화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녹음에 드는 비용이 좀 줄어들 가능성이 생깁니다. 또한, 믹싱실과의 협의에 따라 최종 마스터링이 완료된 음원을 넘길 수도 있으나, 그전 단계에서 스템믹스를 만들어 마스터링 처리를 하지 않고 넘길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마스터링 비용 (15 x 30 = 450만원)은 제외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가 생기는데, 오케스트라가 전체적으로 사용되는 장르의 영화음악이라면, 실연의 연주를 녹음해서 사용하는게 필수적이기 때문에, 녹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커질수록 한곡을 녹음하는데 1,000만원 이상을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예산 비율을 통한 비용 계산


보통 미국이나 유럽 영화의 경우, 영화의 예산과 상관없이 전체 예산의 3~5%정도가 음악 예산으로 잡힙니다. 100억짜리 프로젝트의 경우 최소 3억원 정도를 음악감독이 자신의 재량껏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거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영화 엔딩 크레딧을 보면, 음악 분야의 엄청난 스텝들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서로다른 3개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담당하거나, 메인 음악 감독 및에 보조 음악 감독이 2~3명이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음악적인 예산이 충분히 잡혀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영화제작사는 상업영화의 경우 보통 전체예산의 1%정도를 음악 예산으로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100억짜리 프로젝트라도 1억 정도의 예산으로 모든 음악을 감당해야되는 상황이 옵니다.     



어쨌든 예산 50억 정도의 국내 상업영화라면, 5,000만원 수준에서 계약을 맺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경력이 많지 않은 음악감독이라면 3,000~4,000만원 사이에서 딜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끔 극장에서 국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영화의 투자에 비해 음악 퀄리티가 높지 않은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음악감독의 역량의 문제일수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예산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리얼 악기를 녹음해야할 경우에도 울며겨자먹기로 미디 가상악기로 대체해야하는 상황이 많을 것이고, 미디 안에서 많은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장르가 국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산이 5억원인 영화의 경우 1%가 500만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경우 3~5% 수준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3. 곡의 악기 수와 길이를 통한 비용 계산


영화에서 어떤 음악은 피아노 하나만을 사용할 수도 있고, 어떤 음악은 10개 이상의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곡의 난이도에 따라 작곡부터 믹싱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는 곡의 악기수와 곡의 길이를 통해 비용을 계산하는 계약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영화와 게임 음악 작곡가의 최대 커뮤니티인 'FILM AND GAME COMPSERS'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 당 rate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http://filmandgamecomposers.com/guides/how-much-should-i-charge-to-compose-music/)



5개 이하의 악기로 작곡된 3분 가량의 영화음악이 30개 사용된 영화라고 한다면, 



이 됩니다. 환율 적용하면 약 3,000만원입니다. 단순하고 심플한 구성일수록 저렴해지고, 복잡하고 규모가 큰 구성일수록 비싸지는 가격 구조라 여러 측면에서 유리해 보입니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저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의 음악을 계약할 때 적용하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의 음악 작업이 완료된 후에 정확한 비용 계산이 가능해지므로, 이 경우에는 계약서에는 위와 같은 사항을 명시해 두고, 1차로 음악 작업이 착수 가능한 정도의 착수금을 받고 나머지 금액은 위의 계산을 통해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4. 종합 



이 칼럼의 목적은, 제작사로부터 보다 많은 계약금을 받자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음악적 퀄리티를 위한 충분한 계약금의 수준'을 논의해보고자하는데에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음악을 만들다보면, 다음과 같은 한계점들이 오더군요. 


- 필요한 악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녹음할 수 없다

- 영화에 필요한만큼 충분한 수의 음악을 만들 수 없다

- 해당 영화에 Full Time으로 일하기 힘들다

- 영화에 필요한 방향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려는 쪽으로 작곡을 하게 된다


제작사쪽은 애초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음악제작에 드는 제반 비용과 공정을 잘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필요한 수준의 음악을 위해 어떤 비용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7년도판 한국영화연감'에 보면, 유의미한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 상업영화의 투자수익률은 전체적으로는 10% 넘어서 영화산업이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80억원 이상의 큰 투자가 이루어진 영화들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50% 넘어서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을 뿐입니다. 50억 이상의 영화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거나 손해는 보지 않는 특성을 보이는데에 반해서, 30억 미만의 영화들의 투자 수익률이 매우 안좋습니다. 편수 대비 BEP상회 편수를 보면 80억원 이상의 영화들이 앞도적으로 높습니다. 


통계상으로만 본다면, 어느정도 흥행이 보장된 50억원 이상의 영화들은 앞으로도 음악감독에게 충분한 계약금을 줄 수 있을 확률이 높으나, 50억원 미만의 영화들은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테고 이는 음악감독 계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빈인빈부익부인 것이죠. 


결국, 30억 이하로 투자가 이루어진 영화는 투자위험이 높은 제작사의 상황을 음악감독이 고려해줄 수 밖에 없으나, 동시에 충분한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음악제작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우리나라의 영화 산업의 상황과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음악 비용 산정방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곡의 수로 계약

영화 예산과 상관없이 최종 사용된 곡의 수로 결정함. 이때 곡당 단가는 평균 작곡 및 편곡 비용, 평균 녹음 비용, 평균 믹싱 비용, 평균 마스터링 비용을 일괄 적용해 산정한 후 곡의 수를 곱하여 최종 음악감독 계약금을 도출함 (ex. 곡당 300만원)


예산의 비율로 계약

곡의 수와 상관없이 전체 음악을 패키지로 계약함. 5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진 영화의 경우 국내 여건을 반영하여 적정 퍼센트인 1~3%로 기본 계약금을 산정하고 이후 사용될 음악의 장르에 따라 더하고 빼서 조율. 50억원 미만의 투자가 이루어진 영화의 경우 1~5%로 기본 계약금을 산정하고 이후 똑같이 조율. (ex, 50억 투자의 1%, 20억 투자의 1.5% )


곡의 악기수와 곡의 길이로 계약

악기수가 5개 이하인 경우, 6~10개인 경우, 11개 이상인 경우로 나누어 분당 가격을 계약함. (ex. 악기수가 5개 이하인 곡의 경우 분당 50만원, 6~10개인 경우 분당 75만원, 11개 이상인 경우 분당 100만원)



ex. 제작비가 10억인 저예산 영화에 2분 길이의 음악 20곡이 필요하고 곡마다 5개 이하의 악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제작사의 어려운 사정을 어느정도 감안한다면, 


- 곡당 100만원을 적용하여 2,000만원

- 제작비의 2%를 적용하여 2,000만원

- 분당 40만원을 적용하여 20 x  2 x 40 = 1,600만원


으로 계약금의 베이스 라인을 정하고 이후 디테일(곡의 장르, 녹음의 여부, 작업 기간 등)을 고려하여 추가금의 계약 조건 등을 논의하면 되겠습니다. 


ex. 제작비가 40억인 영화에 2분 길이의 음악 30곡이 필요하고 곡마다 6~10개의 악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 곡당 150만원을 적용하여 4,500만원

- 제작비의 1.1%를 적용하여 4,400만원

- 분당 75만원을 적용하여 30 x 2 x 75 = 4,500만원


ex. 제작비가 1억인 독립영화에 2분길이의 음악 10곡이 필요하고 곡마다 5개 이하의 악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제작사 (또는 감독이 제작자임)의 사정을 십분 고려한다면, 


- 곡당 40만원을 적용하여 400만원

- 제작비의 5%를 적용하여 500만원

- 분당 20만원을 적용하여 10 x 2 x 20 = 400만원 


이때 곡은 피아노 한대, 바이올린 한대로만 이루어진 심플한 곡들일 수 있고, 한 곡이 여러장면에 반복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한 조건 속에서 또다른 명곡이 탄생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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