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일명 <미인도>가 세상에 공개되었을때, 천경자 화백은 본인이 그린 것이 아니라고 인터뷰했습니다. 작품의 당사자가 본인이 그린 것이 아니라고했으니 단순한 위작 에피소드로 끝날만한 내용에 진실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천경자 선생은 1998년 미국으로 떠났고, 2015년에 작고했습니다. 향년 91세였습니다. 유족들은 2016년 4월부터 현대미술관장 등을 고소했고, 2016년 12월 검찰은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12월 31일일, 검찰의 진위여부 감정 과정 실제로 참여한 미술평론가 최광진 선생이 블로그를 통해 검찰의 감정 과정의 의구심을 제시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나는 미인도를 이렇게 감정했다.

[출처] 나는 미인도를 이렇게 감정했다.|작성자 dlalwldks

http://blog.naver.com/dlalwldks/220899154433


최광진 선생은 매우 합리적인 근거로 미인도의 위작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데, 그 생각의 과정에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 혹시 제 포스트를 보신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올해 1월 1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논란을 조명했습니다. 고 김재규씨와의 관련성도 언급이 됩니다. 



1월 2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김재규씨와의 관련성을 좀 더 깊이 들어가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으로의 전환과 언론통제 등에 맞물려 '천경자의 그림이 김재규의 자택에 있어야만 했어야하는' 정황과, 이후 한국화랑협회의 전원일치 진품감정이 신뢰성 유지를 통한 지속적인 이권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지점을 살짝 언급했습니다. 




미술 애호가들이나 전문가들은 각종 블로그를 통해 <미인도>의 유작 가능성에 훨씬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는 입장이며, 미술 감정 기구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구심을 보이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에 '미인도 천경자'만 쳐도 수많은 의견들이 차고 넘치더군요. 



검찰은 위작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했지만, 진품이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심지어 원작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강력히 얘기했습니다. 방송 및 블로그, 뉴스나 칼럼에서 각종 증거에 대한 합리성과 논리적인 추론에 추가하여 다음과 같은 부분이 눈에 띕니다. 바로 '느낌'인데요...


얼핏 비슷해보이는 천경자 화백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작품이 주는 느낌이 너무나 다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색감이 어두운 편이라고 느껴지는 작품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좌측위가 위작 논란의 <미인도>, 우측위가 1982년작 <황금의 비>, 좌측아래가 1982년작 <여인>, 우측아래가 1986년작 <모자를 쓴 여인> 입니다. 미술의 전문가도, 애호가도 아닌 제가 봐도 작품의 '의도' 자체가 매우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 입장에서 위작논란의 <미인도>를 제외한 세 개의 작품은 '여인, 어머니, 처녀, 따뜻함, 우아함, 에너지, 깊이, 정성' 등을 느꼈습니다. 특히 정말 2차원 평면에 그린게 맞나 싶을 정도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롱한 눈빛은 사진으로 찍힌 모니터 이미지에서도 튀어나올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에, 논란의 <미인도>에는 이런 복합적이고 정교한 느낌들을 느끼기 힘듭니다. 제가 처음에 <미인도>를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소름끼침'이었습니다. 기가 빨린다는 느낌일까요. 세상에 귀신이 존재한다면 저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인조인간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림의 여러부분들이 천경자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 따온듯하다는 정황도 최광진 선생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서로 맞지 않는 팔다리, 몸통, 얼굴을 가져와 부자연스럽게 이었고, 따온 부분들이 다 '살아있는 듯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었으므로, 완전히 살아 있는게 아닌 반만 살아있는 느낌....프랑켄슈타인... 그런 느낌입니다. 


위작이라는 가정하에 제가 봐도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당시에 천경자 화백이 느꼈던 처참함은 어땠었을지 짐작도 안갑니다. 자신의 작품을 똑같이 모사한 것들을 봐도 기분이 안좋을텐데, 심지어 그의 작풍을 따와 여기저기에서 짜집기한 작품이 '진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니 낳은지 얼마안되는 신생아를 빼앗긴 어미의 심정과 같은 고통이었을 겁니다. 




여러 보도와 실제 그림이 주는 느낌, 사실관계들, 정황 등을 봤을때 개인적으로 위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작이라고 가정했을때 무서운 진실앞에 마주치게 됩니다. <미인도>가 진품일 때 이익을 얻는 집단들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70.80년대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정부의 강제하에 언론이 규제당하기 쉬웠으며, 국민들은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감추거나 공개하는 정보에 호도당하기 쉬웠습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도 일부 기자나 언론인들만이 이의를 제기할 뿐 국민적인 관심사로 수면위로 떠오르기가 쉽지 않았죠. 90년대에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상관합니다. 정권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은 특정 의도를 가진 집단이 국민의 관심사를 다른 곳에 돌리고 사실을 은폐해 이익을 추구하기 쉬운 분위기가 오랫동안 형성되어 왔습니다. 


김기춘과 우병우 일당이 지배하던 검찰의 문화가 과연 70년대와 뭐가 다를까.... 하는 두려움이 생겨납니다. 합리적인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얻어 논리적인 추론을 하고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배포할 수 있는 지금의 시대에, <미인도>를 진품이다라고 결론내려버린 검찰은 5개월 동안 대체 무슨 수사를 한 것일까요. 이제 특검 정도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된 수사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기관이 되어버린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국정농단 및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에 맞물려 <미인도> 논란은 국가 권력과 이익 집단이 결합해 진실을 묻어버린..... 어마어마한 정황이 숨어 있는 또다른 판도라의 상자라고 생각합니다. <미인도>가 위작임이 밝혀졌을때 박정희와 박근혜에 눌려있던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고, 한국화랑협회 등의 이익집단 및 개인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며, 정권의 개 노릇을 해왔던 일부 검찰은 도려내지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수많은 최순실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 천경자 화백-



천경자 화백의 손상된 명예가 다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