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업은 프로듀싱 중 작곡, 편곡과 믹싱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리버브(Reverb)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아날로그 하드웨어 특유의 질감을 얻기 위한 노력과, 몇가지 리버브 플러그인을 바꿔 끼면서 활용하는 효율성에서 결국 플러그인 쪽으로 손이 갑니다. 리버브 하드웨어의 장점은 클래식, 재즈, 공간계 음악 등에서 큰 장점을 발휘하는데 이는 인류가 오랜세월 들어왔던 '학습된 리버브 사운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플러그인과 하드웨어 장단점이 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한거죠.

 

어쨌든 지난 몇년간 사용했던 리버브들 중 제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플러그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tc electornic - VSS3

Valhalla - Vintage Verb

Universal Audio - EMT 140, EMT 250, Lexicon 224, AKG BX 20

Slate Digital - Verbsuit Classics

 

위의 리버브들이 모드 특성이 달라서 곡의 장르나 악기에 따라 선택이 바뀌지만, VSS3와 Vintage Verb는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IR방식을 퓨전한 Verbsuit Classics도 애용하긴 하는데, 주로 클래식이나 영화음악 계열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절대 강자라고 생각했던 Altiverb의 활용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 스스로도 의외네요. (tc electonic의 VSS3 또한 강력히 추천하는 리버브 플러그인입니다. 향후 또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발할라 빈티지 버브 (Valhalla Vintage Verb)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극대화된 퀄리티입니다. '$50에 이렇게 강력한 리버브가 있다니?'의 감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한 매우 가벼운 프로그램이라 리소스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트랙 자체에서 번지는 짧은 리버브가 필요할때 Vintage Verb를 해당 채널에 바로 얹어서 MIX비율을 조절하고는 합니다. 

 

빈티지 버브에 대한 설명은 사실 리버브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설명과도 같습니다. 음악계에 제법 오래 몸담으신 분들도 의외로 리버브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기에 발할라 빈티지 버브를 설명하면서 리버브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담을까 합니다.

 

 

 

 

각 노브(Knob) 설명

 

심플함의 대명사 답게, 플러그인 안에 모든 설명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우스를 해당 노브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플러그인의 설명창에 해당 내용이 뜨는 형식입니다. 직관적인 디자인을 추구하여 사용자가 플러그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돋보입니다. 따로 매뉴얼이 없는 이유죠. 

 

☐ MIX 노브 : 대부분의 리버브 플러그인이 가지고 있는 Wet/Dry 설정입니다. SEND를 통해 BUS에 리버브 플러그인을 걸때는 Wet이 되므로 100%로 설정합니다. 원소스에 거는 경우 MIX를 10%내로 거는 것이 좋은데, 트랙 자체가 가진 미묘한 울림이 필요할 때입니다. 기타나 스트링 처럼 악기 내부에 공간이 있는 경우 대부분 미세한 울림을 가지게 되며, 사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PREDELAY 노브 : 프리딜레이(Pre Delay)는 본래 소스와 초기 반사음 사이의 시간차를 말합니다. 넓은 공간일수록 첫번째 반사음이 귀에 들리는데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프리딜레이 시간이 늘어납니다. 프리딜레이 시간이 짧으면 원소스의 소리 바로 다음에 리버브가 들리게 되므로 원소스의 명확성(Clarity)이 줄어듭니다. 따라서 존재감이 필요한 보컬이나 솔로 악기의 경우 프리딜레이 시간을 길게 가져갑니다. 주로 30~60ms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보컬이나 솔로 악기의 뒤에 있는 악기들의 경우 프리딜레이를 짧게 가져가면, 명확도가 낮아져서 좀 더 멀리 있는 사운드로 들립니다. 전체 사운드 뒤에 벽이 있고, 그 벽을 반사하는 음을 우리가 듣는다고 가정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DECAY 노브 : 설정한 리버브가 소멸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큰 공간일수록 리버브가 소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다만 우리는 실제가 아닌, 음악에 대한 리버브를 인위적으로 설정하므로 과도하게 긴 리버브는 불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리버브가 필요한만큼만 공간을 채워주면 되고, 청취자가 미묘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충분합니다. 곡의 다이나믹에 따라 더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기 위해서, 같은 보컬이라도 Verse에는 좀 더 짧은 Decay를, Chorus에는 좀 더 긴 Decay 시간을 가져가곤 합니다. 

 

다음의 사이트에서 BPM에 따른 Pre-Delay와 Decay 시간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계산해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Delay & Reverb Time Calculator (https://anotherproducer.com/online-tools-for-musicians/delay-reverb-time-calculator/)

 

 HighFreq와 HighShelf 노브 : 소리가 반사할 때 고음은 저음보다 흡수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보다 자연스러운 리버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리버브를 설정한 후 로우패스필터 (Low Pass Filter) 등으로 고음을 깎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티지 버브에는 이러한 기능이 플러그인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의 경우 6000Hz, -12dB 를 기준으로 두고 소리를 들으며 설정합니다. 

 

 BassFreq와 BassMult 노브 : BassMult는 저역대의 Decay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입니다. Decay 시간이 2초일때 BassMult를 0.50X 로 설정하면 저역대의 Decay시간은 1초가 됩니다. 큰 공간에서는 저역의 울림이 보다 크므로, BassMult를 1.0X 이상으로 놓는 경우가 많고, 작은 공간에서는 반대로 1.0X 이하로 놓습니다. 당연히 1.0X 이하로 놓을수록 전체 믹스의 명확도(Clarity)가 증가합니다. 저는 BassFreq를 600Hz, BassMult를 0.50X을 기준으로 소리를 들으며 설정합니다. 

 

☐ Size와 Attack 노브 : 원소스를 통해 나간 소리가 한번 반사가 되면 이후 지속적인 반사를 거치면서 계속 소리가 작아집니다. 이 반사된 소리의 공간감을 제어하는 것이 바로 이 Size와 Attack 노브입니다. Size를 크게 하면 1차, 2차, 3차 반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다 넓은 공간에 있는 착각을 줍니다. Size를 작게하면 1,2,3차... 반사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더 작은 공간감을 줍니다. 실제로 Size 노브를 0.0%로 설정하면 리버브가 작은 공간에서 맴도는 느낌이 나고, 100.0%로 설정하면 넓게 퍼지는 느낌이 납니다. 

 

Attack 노브는 컴프레서의 Attack처럼 얼마나 빠르게 소리에 변화를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능입니다. Attack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반사된 소리가 보다 더 뭉개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넓은 공간일수록 Decay 시간도 늘어나고, Size나 Attack도 커지게 됩니다. 좁은 공간은 그 반대가 되겠지요.

 

☐ Early와 Late 노브 : Diff 섹션에 들어 있는데요, Diff는 아시는 것처럼 Diffusion입니다. 초기 반사의 밀도감(Density)를 결정하는 기능으로 Size의 영향을 받습니다. Size가 작은 리버브일수록 아무래도 밀도감이 높겠죠. 콘서트홀 같은 대형공간이 심플한 구조가 아닌 음향학적으로 복잡하게 건설된 이유도 밀도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간이 복잡할수록 사운드의 밀도감은 올라가게 됩니다. 과거 녹음실에서 각종 재질의 챔버(Chamber)를 거치하여 반사음을 얻었던 이유도 인위적으로 복잡한 공간감을 형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더불어 작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넓은 공간감을 얻을 수 있었겠죠. 자연의 소리는 매우 복잡한 공간에서 반사된 소리와 함께 들리므로, 우리의 귀는 밀도감 높은 소리에 익숙합니다. 따라서 믹싱 상에서는 Size에 상관없이 Early와 Late 노브를 100%로 우선 두고 설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Rate와 Depth 노브 : Mod 섹션에 있으며, Modulation을 뜻합니다. 반사음에 비브라토를 주는 것으로, 리버브 잔향의 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능이라 보시면 됩니다. 

 

☐ HighCut과 LowCut 노브 : 지저분해질 수 있는 초저역대와 초고역대를 최종적으로 정리해주는 기능입니다. DAMPING섹션을 통해 어느정도 잡혀있던 부분들이 SHPAE, DIFF, MOD를 거치면서 지저분해질 수 있으므로, 8,000Hz 이상이나, 100Hz이하를 깎아주는 식으로 정리합니다. 

 

 

 

 

 

│리버브 세팅 선택

 

☐ MODE : 18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Hall, Room, Plate, Chamber 등 현존하는 모든 리버브의 종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Hall - 우리가 생각하는 콘서트홀이나, 유럽의 성당이나 교회의 울림

Room - Hall만큼 크지는 않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공간, 창고, 교실, 방, 개인 주차장, 카페 등

Plate - 금속류의 재질로 특유의 울림을 얻어내는 리버브. 녹음실에서 씁니다.

Chamber - 역시 녹음실에서 주로 쓰는데, 다양한 재질의 Plate나 물건들을 통해 복잡한 형태의 반사음을 얻습니다. 

 

 Color : 1970s, 1980s, NOW 세 가지의 Color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970s이 보다 빈티지한 리버브 음색, NOW가 보다 현대적인 리버브 음색이라 보면 됩니다. 표현해보자면, 1970s의 리버브가 보다 어둡고, 보다 노이지하고, 보다 깊고, 보다 몽툭합니다. 하시는 음악의 장르에 따라 선택하시는게 좋은데, 제가 생각하는 Vahalla Vintage Reverb의 장점은 바로 이 1970s Color에 있습니다. 

 

 PRESETS :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프리셋과, 사용자가 직접만든 프리셋을 저장하고 로드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나름대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어떤 리버브를 사용해야할지 감이 안잡힌다면, 프리셋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